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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토를 처음 가게 된 것은 2017년 겨울의 끝자락.
오사카를 방문하게 되면서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교토였다.
내겐 오사카보다는 교토가 더 정감 있고 정갈한 느낌도 있으면서
시내와 많은 절들의 느낌이 공존하고 있는 조화가 느낌이 좋았다.
그때의 교토는 지금에 나에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. 추억인지 아픔인지는 모르겠다만
그 기억이 주는 느낌이 내겐 있다. 그리움 같은 느낌.
그날은 눈 비가 오다 그쳤다 했다.
기온은 서울보다 춥지 않았지만 변덕스런 날씨 덕에 한껏 추위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.
그날 방문했던 기요미즈테라의 웅장하며 고요한 느낌의 정원과 (물론 사람들은 넘쳐났지만)
산책로를 따라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폭포가 기억이 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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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요미즈데라
기요미즈데라(淸水寺)는 오토와산(音羽山) 중턱의 절벽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사원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. 본당에서 바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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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시사철이 다른 느낌을 준다는 교토를 아직 겨울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교토를 떠날 때 꼭 다른 겨울도
경험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.
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에겐 아련한 기억이 있는 4월의 어느 날, 집 앞의 중고 서점에 들렀다가
<교토의 밤 산책자>_(이다혜 지음) 라는 책이 내 눈을 이끌었다. 지금은 교토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책으로 나마 그때의 추억과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것들도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.
이 책에는 사계절의 교토가 담겨있다. 계절마다 다룬 것은 아니고 어느 공간이 어떤 계절에 어울리는지에 따라 정리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.
이 책에 의하면 교토사람들은 정말이지 겉과 속이 다르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.
그러하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내 교토여행의 기억에 점원들이나 상점의 주인들이 매우 친절했던 기억이 난다(일본의 어디든 그런 느낌을 받았었지만)
이 말을 읽고 보니 다음번에 교토를 가게 된다면 혹은 교토에서 온 사람이 있다면 더 예의 있게 그리고 고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.
이 책에는 어떤 사찰과 정원 그리고 지역의 특색, 특히 음식 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고 주를 이룬다.
교토에서는 제대로 먹은것이 라멘뿐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대표음식이 있었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카레 가락국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
꼭 먹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었다.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채소무침도 교토를 대표하고 가게마다, 철마다 다르게 나온다고 하니
아마 다음에 방문할 때는 잊지 않고 음식 하나하나 주의깊게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.
이 책을 보통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잠들기 전 따듯한 불빛을 켜놓고 읽었다.
나의 기억과 책의 내용이 마주할 때도 있었고
작가의 글에 내가 상상적으로 들어가 그 거리와 축제들을 활보하기도 하며
따듯하지만 애잔한 하루밤을 며칠 동안 보냈던 것 같다.
결론은 교토는 나에게 아픈손가락 같은 느낌이랄까...
책에서 좋은 일본 구절을 발견했다.
조명 자체가 적당히 낮은 교토의 어느 뒷골목을 걷다 보면,
달밤에 단추를 줍는 기분이 든다.
단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.
이런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
밤의 시간에나 잠깐 허용된, 나만의 소박하고 은밀한 호사.
나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긴다.
혼자 여행하면 물론 외롭다.
그런데 그 외로움을 느끼고 싶어 또 다시 혼자 짐을 꾸리고 여행 계획을 세운다.
혼자 여행하면 위 글귀와 같은 느낌이 든다. 애틋함.. 애틋함... 맞다 애틋함을 느낀다.
나 자신에 대한 애틋함과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그 전의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
각기 다른 애틋함들이 하나씩 하나씩 내 앞 길에 떨어져 있어 한걸음을 걸어 나갈 때마다 줍고는 한다.
시국이 이런지라.. 지금은 여행 자체를 못가서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다..
얼른 이 사태가 지나가고 안전한 세계가 되면
또다시 애틋함을 찾으러 교토도 포함해서 다른 곳을 가고 싶다.
해가 떠있는 대낮인데 새벽감성으로 글을 쓰네..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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